[양만재] 사회복지 조사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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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천 작성일2014-04-14 11:00 조회6,1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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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만 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포항지역복지연구소장)
현실의 진단을 위해, 우리는 상황에 따라 도구로서 망원경, 현미경, 투시경을 필요로 한다. 사회복지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화나 국가정책 수준에서 사회복지를 진단·분석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가족 수준에서는 ‘현미경’이 필요하고, 개인 수준에서 가치와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투시경’의 파워가 요구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의 분석도구를 함께 동원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훈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의 발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와 “2014년 지역복지 수요조사”
‘복지’라는 단어가 붙은 이런 조사가 최근 지역에서 ‘완료’된 것도 있고, ‘진행’형인 것도 있다. 전자로는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가 있고, 후자로는 “2014년 지역복지 수요조사”가 있다.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는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지역복지 수요조사는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4년간의 복지 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의 추진 배경은 간단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세 모녀 자살 사건의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세 모녀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는 정부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되돌아보게 했고, 국민들에게는 불우한 이웃을 외면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의 조사와 대책 수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별”조사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번 특별조사는 2년 전의 조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2011년 4월,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원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연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이때 보건복지부 주도로 지방자치단체가 한 달여 동안 조사를 수행했고, 2만 3천여 명을 발굴하여 지원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특별조사”를 통해 집중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공공·민간자원을 활용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하라는 공문을 일선 행정 현장으로 전달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선별?
지방자치단체들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추진단’을 구성했다. 3주에 걸쳐 읍면동은 복지소외계층과 실직, 질병, 노령 등으로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가구를 발굴했다. 현장에서 5-6년 경력을 가진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이런 일이 생소하지 않다. 이것은 3년 전에 이미 경험한 일이었고, 찾아나서 직접 발굴하기보다 전화로 확인하거나 수급기준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명단에 올리면 되는 일이다. 현수막을 보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있고, 통반장이 명단을 제출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일선 사회복지사의 시선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deserving people)과 ‘불가능한 사람’(undeserving people)이 정해진다.
사회복지학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풀이하면, 사회복지사가 복지혜택의 자격박탈 여부를 주어진 규제에 의해 결정하는 것을 두고 “박애주의적 시선”(philanthropic gaze)의 활동이라고 한다. 후기 구조주의 학자 푸코(Foucault)의 언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유자격과 무자격의 분류가 규제과정에 뿌리를 두고 이를 통제한다는 뜻에서 “통치성 기술”(technologies of governmentality)의 수행이라고 했다. 즉,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복지조사를 통해 국가가 정한 기준에 순종하도록 유도하는 “통치성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조사와 점검과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 접수된다. 여기서 다시 사정(평가)작업을 거쳐 사람들을 선별한다. 선택된 사람들은 지원범주에 따라 지원등급을 부여받는다.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는 조사된 자료를 토대로 신청자와 대화하고 진단·분류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한된 시간 내에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에 실적을 입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특별조사가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내가 사는 포항시는 751명을 선정하여 74명은 기초수급자로, 36명은 차상위수급자로, 30여명은 긴급지원대상자로, 8명은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4명은 공동모금회 지원대상자로, 349세대는 민간후원자로 지원대상자로 결정하여 지원했다. 전국단위의 지원대상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1년에 2만 3천명이 지원받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특별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지원받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1년에 그만한 인원을 지원했는데 3년 뒤 재발한 셈이다. 그래서 언론들은 이런 특별조사가 “반짝 지원”을 위한 조사라고 조롱하고 있다.
발굴조사와 징벌조사
사회복지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조사가 이처럼 수혜 대상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발굴조사’도 있지만, 조사가 수급자의 자격을 박탈하려는 ‘징벌조사’도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했던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는 후자에 해당한다. 즉, 수급자 가족의 소득 여부를 확인하여 소득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수급의 중지를 통보하는 것이다. 수급자 사위의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수급 자격을 박탈당한 수급자가 농약을 먹고 자살하거나, 수급자 딸의 소득이 확인되어 수급자가 목을 매는 사건 등을 일으키는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조사의 명분은 정부가 수급자에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부정수급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명분은 합당하다. 이 조사는 정부 편에서 보면 예산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고 유익한 조사이다. 부정수급자를 적발하고 실질수급자의 수를 늘릴 예산의 여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수급자의 편에서 보면 자격박탈의 위협을 주는 조사이다. 이는 수급 탈락을 통보받은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조사의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복음)이 개통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0만 1,987명이 ‘수급 중지’ 통보를 받았다. 연평균 5만명 수준이다. 이는 부정수급자가 이렇게 많다는 증거로 읽힐 수도 있다. 이 조사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은 부정수급자를 골라내는 ‘복지경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공무원으로 하여금 클라이언트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유도하는 ‘문지기’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수급을 단절시키는 ‘징벌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조사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가 부정수급자를 솎아내는 징벌조사의 시행은 사회복지공무원에게 박애주의적 시각에서 잔여적 복지 실천자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다. 유자격과 무자격을 판정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받는다. 사회복지사가 평가를 통해 자격을 갖춘 자에게 수급자 판정을 내리는 것이 수급자에게는 마치 자비를 베푸는 것 같이 보인다. 그들에게는 수혜를 부여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가가 국민에게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학습할 기회를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 세 모녀가 국가가 아니라 방세를 제때 못낸 스스로를 원망하여 “정말 죄송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니 말이다.
박애주의적 실천과 잔여적 복지의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조사가 강화될수록 조사의 부작용은 심화될 수 있다. 빈곤층과 클라이언트는 자립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능력의 신장에 열정을 발휘하기보다는 복지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에 더욱 관심을 두고 행동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사회적 존재가 아닌 복지급여에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즉, 사회복지공무원이 제시하는 조건에 맞추어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발굴조사와 잔여적 복지를 강화하는 징벌조사를 수행하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서럽다. 발굴조사든 징벌조사이든, 제대로 조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행정업무 처리의 비중이 높고 전문적인 복지업무는 하루 40여분 수준이다. 업무가 과중하여 자살하는 복지공무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발굴조사는 그런대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징벌조사는 자신이 “사회복지사인지 복지경찰인지 모르겠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자아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스스로를 클라이언트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라고 배웠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클라이언트를 수동적 존재로 양산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복지공무원으로 평가받는다. 직장에서 부정수급자를 많이 적발할수록 일 잘하는 복지전문가로 인정받는 문화가 있다. 업무의 재량권도 예산범위 내서만 가능하다, 자칫 감독관청이 두렵다. 그래서 전문성을 발휘할 자율성은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려는 세상의 눈길이 두렵다.
보편적 복지체제로 전환이 중요한 이유
잔여(선별)적 복지체제에서 보편적 복지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정부가 시행하는 복지조사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정체성 상실을 유도하고, 복지서비스 수혜자를 자살하게끔 유도하거나 이들을 수동적/의존적 존재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회복지조사도 개선되어야 한다.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징벌조사 방법론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징벌조사 중심에서 수급자 복지지원체제의 개선을 위한 ‘변혁적 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수급 탈락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정의와 인권의 가치와 원칙이 결부된 복지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에라야 사회복지조사의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 중심으로 시행하는 복지조사의 계획수립 및 집행·평가 체제에서 복지서비스 이용자와 복지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방법’(collaborative research)을 점차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책집행자와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서비스 이용자를 참여시키고 이용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며, 사회정의와 인권의 실현을 위한 조사방법론에 관한 지식과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조사자 중심으로 질문지를 작성하고 질문지에 제시된 선택문항을 선택하는 실증주의 방법론을 주로 배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도대체 “복지조사가 누구를 위한 조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복지학계에서도 서비스 이용자를 참여시키는 조사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더욱이 사회복지조사는 일반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조사이다. 여타 조사와 달리 조사윤리를 특별히 강조해야 한다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회복지실천가와 전문가는 사회복지조사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얼마나 신장하고, 또한 사회정의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 조사인지를 분석하고 변혁할 수 있는 망원경, 현미경, 투시경의 관점과 지식을 겸비하고 있는지, 늘 스스로 성찰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포항지역복지연구소장)
현실의 진단을 위해, 우리는 상황에 따라 도구로서 망원경, 현미경, 투시경을 필요로 한다. 사회복지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화나 국가정책 수준에서 사회복지를 진단·분석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가족 수준에서는 ‘현미경’이 필요하고, 개인 수준에서 가치와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투시경’의 파워가 요구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의 분석도구를 함께 동원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훈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의 발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와 “2014년 지역복지 수요조사”
‘복지’라는 단어가 붙은 이런 조사가 최근 지역에서 ‘완료’된 것도 있고, ‘진행’형인 것도 있다. 전자로는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가 있고, 후자로는 “2014년 지역복지 수요조사”가 있다.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는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지역복지 수요조사는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4년간의 복지 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사각지대 특별조사의 추진 배경은 간단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세 모녀 자살 사건의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세 모녀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는 정부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되돌아보게 했고, 국민들에게는 불우한 이웃을 외면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의 조사와 대책 수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별”조사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번 특별조사는 2년 전의 조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2011년 4월,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원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연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이때 보건복지부 주도로 지방자치단체가 한 달여 동안 조사를 수행했고, 2만 3천여 명을 발굴하여 지원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특별조사”를 통해 집중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공공·민간자원을 활용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하라는 공문을 일선 행정 현장으로 전달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선별?
지방자치단체들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추진단’을 구성했다. 3주에 걸쳐 읍면동은 복지소외계층과 실직, 질병, 노령 등으로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가구를 발굴했다. 현장에서 5-6년 경력을 가진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이런 일이 생소하지 않다. 이것은 3년 전에 이미 경험한 일이었고, 찾아나서 직접 발굴하기보다 전화로 확인하거나 수급기준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명단에 올리면 되는 일이다. 현수막을 보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있고, 통반장이 명단을 제출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일선 사회복지사의 시선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deserving people)과 ‘불가능한 사람’(undeserving people)이 정해진다.
사회복지학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풀이하면, 사회복지사가 복지혜택의 자격박탈 여부를 주어진 규제에 의해 결정하는 것을 두고 “박애주의적 시선”(philanthropic gaze)의 활동이라고 한다. 후기 구조주의 학자 푸코(Foucault)의 언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유자격과 무자격의 분류가 규제과정에 뿌리를 두고 이를 통제한다는 뜻에서 “통치성 기술”(technologies of governmentality)의 수행이라고 했다. 즉,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복지조사를 통해 국가가 정한 기준에 순종하도록 유도하는 “통치성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조사와 점검과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 접수된다. 여기서 다시 사정(평가)작업을 거쳐 사람들을 선별한다. 선택된 사람들은 지원범주에 따라 지원등급을 부여받는다.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는 조사된 자료를 토대로 신청자와 대화하고 진단·분류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한된 시간 내에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에 실적을 입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특별조사가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내가 사는 포항시는 751명을 선정하여 74명은 기초수급자로, 36명은 차상위수급자로, 30여명은 긴급지원대상자로, 8명은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4명은 공동모금회 지원대상자로, 349세대는 민간후원자로 지원대상자로 결정하여 지원했다. 전국단위의 지원대상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1년에 2만 3천명이 지원받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특별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지원받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1년에 그만한 인원을 지원했는데 3년 뒤 재발한 셈이다. 그래서 언론들은 이런 특별조사가 “반짝 지원”을 위한 조사라고 조롱하고 있다.
발굴조사와 징벌조사
사회복지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조사가 이처럼 수혜 대상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발굴조사’도 있지만, 조사가 수급자의 자격을 박탈하려는 ‘징벌조사’도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했던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는 후자에 해당한다. 즉, 수급자 가족의 소득 여부를 확인하여 소득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수급의 중지를 통보하는 것이다. 수급자 사위의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수급 자격을 박탈당한 수급자가 농약을 먹고 자살하거나, 수급자 딸의 소득이 확인되어 수급자가 목을 매는 사건 등을 일으키는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조사의 명분은 정부가 수급자에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부정수급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명분은 합당하다. 이 조사는 정부 편에서 보면 예산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고 유익한 조사이다. 부정수급자를 적발하고 실질수급자의 수를 늘릴 예산의 여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수급자의 편에서 보면 자격박탈의 위협을 주는 조사이다. 이는 수급 탈락을 통보받은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조사의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복음)이 개통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0만 1,987명이 ‘수급 중지’ 통보를 받았다. 연평균 5만명 수준이다. 이는 부정수급자가 이렇게 많다는 증거로 읽힐 수도 있다. 이 조사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은 부정수급자를 골라내는 ‘복지경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공무원으로 하여금 클라이언트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유도하는 ‘문지기’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수급을 단절시키는 ‘징벌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조사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가 부정수급자를 솎아내는 징벌조사의 시행은 사회복지공무원에게 박애주의적 시각에서 잔여적 복지 실천자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다. 유자격과 무자격을 판정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받는다. 사회복지사가 평가를 통해 자격을 갖춘 자에게 수급자 판정을 내리는 것이 수급자에게는 마치 자비를 베푸는 것 같이 보인다. 그들에게는 수혜를 부여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가가 국민에게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학습할 기회를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 세 모녀가 국가가 아니라 방세를 제때 못낸 스스로를 원망하여 “정말 죄송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니 말이다.
박애주의적 실천과 잔여적 복지의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조사가 강화될수록 조사의 부작용은 심화될 수 있다. 빈곤층과 클라이언트는 자립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능력의 신장에 열정을 발휘하기보다는 복지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에 더욱 관심을 두고 행동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사회적 존재가 아닌 복지급여에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즉, 사회복지공무원이 제시하는 조건에 맞추어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발굴조사와 잔여적 복지를 강화하는 징벌조사를 수행하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서럽다. 발굴조사든 징벌조사이든, 제대로 조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행정업무 처리의 비중이 높고 전문적인 복지업무는 하루 40여분 수준이다. 업무가 과중하여 자살하는 복지공무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발굴조사는 그런대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징벌조사는 자신이 “사회복지사인지 복지경찰인지 모르겠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자아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스스로를 클라이언트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라고 배웠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클라이언트를 수동적 존재로 양산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복지공무원으로 평가받는다. 직장에서 부정수급자를 많이 적발할수록 일 잘하는 복지전문가로 인정받는 문화가 있다. 업무의 재량권도 예산범위 내서만 가능하다, 자칫 감독관청이 두렵다. 그래서 전문성을 발휘할 자율성은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려는 세상의 눈길이 두렵다.
보편적 복지체제로 전환이 중요한 이유
잔여(선별)적 복지체제에서 보편적 복지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정부가 시행하는 복지조사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정체성 상실을 유도하고, 복지서비스 수혜자를 자살하게끔 유도하거나 이들을 수동적/의존적 존재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회복지조사도 개선되어야 한다.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징벌조사 방법론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징벌조사 중심에서 수급자 복지지원체제의 개선을 위한 ‘변혁적 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수급 탈락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정의와 인권의 가치와 원칙이 결부된 복지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에라야 사회복지조사의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 중심으로 시행하는 복지조사의 계획수립 및 집행·평가 체제에서 복지서비스 이용자와 복지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방법’(collaborative research)을 점차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책집행자와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서비스 이용자를 참여시키고 이용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며, 사회정의와 인권의 실현을 위한 조사방법론에 관한 지식과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조사자 중심으로 질문지를 작성하고 질문지에 제시된 선택문항을 선택하는 실증주의 방법론을 주로 배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도대체 “복지조사가 누구를 위한 조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복지학계에서도 서비스 이용자를 참여시키는 조사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더욱이 사회복지조사는 일반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조사이다. 여타 조사와 달리 조사윤리를 특별히 강조해야 한다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회복지실천가와 전문가는 사회복지조사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얼마나 신장하고, 또한 사회정의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 조사인지를 분석하고 변혁할 수 있는 망원경, 현미경, 투시경의 관점과 지식을 겸비하고 있는지, 늘 스스로 성찰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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